교황 레오 14세, 침묵의 공범에서 자유로운가
콘클라베 추기경들,
마피아의 ‘오메르타’처럼 침묵했다
<David McGrath 기고문>
시카고 출신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교황 레오 14세로 선출되었다. 미국 역사상 첫 미국인 교황이 되었다는 소식에 나라 전체가 환호했지만, 나는 조심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가톨릭 교계가 수십 년간 조직적으로 자행해 온 아동 대상 범죄에 그가 일조해 왔다는 점에서 기쁨보다는 망설임이 앞섰기 때문이다.
수만 명에 달하는 성폭력 생존자들의 증언은 수천 명의 사제들이 저지른 범죄가 반복적이고 광범위했음을 증명한다. 더불어 이번 콘클라베에 참여한 133명의 추기경을 포함한 가톨릭 지도자들이, 마치 마피아의 ‘오메르타’ (자기 편을 절대 고발하지 않는 침묵의 맹세)처럼 행동해 왔다는 사실도 분명해지고 있다.
나는 여섯 살 때 가톨릭 신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 그 신부는 학교 야구팀의 코치를 맡아 낮에는 학생들과 어울리고, 밤에는 아버지와 삼촌들과 맥주를 마시고 시가를 피우며 스포츠 이야기를 나누던, 겉보기엔 ‘유쾌한 찰리’ 같은 인물이었다.
그가 다른 아이들을 학대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지만, 경찰에 신고되지 않았고, 오히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많은 다른 주의 본당으로 전근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그곳에서도 사망할 때까지 추가적인 성폭력 혐의에 시달렸다.
무고한 어린 아이들의 삶이 걸려 있었음에도, 가톨릭 주교들과 사제들의 최우선 순위는 직업적, 경제적 자기 보호였다.
2000년, 레오 14세 교황이 아우구스티노 수도회 지도자였을 당시, 그는 성범죄 전력이 반복적으로 보고된 제임스 레이 신부가 시카고에 있는 세인트 존 스톤 수도원에 거주하며 미사를 접전하도록 허용했다. 이 수도원은 세인트 토마스 사도 초등학교에서 단 반 블록 떨어진 곳이었다.
또한 2022년 페루에서는 세 명의 여성이 한 신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당시 치클라요 교구의 주교였던 새 교황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떠한 보고도 하지 않았고, 조사도 착수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해당 신부가 계속 사제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방치했다. 그 결과, 사제에게 학대당한 생존자 네트워크(SNAP)는 2023년, 프레보스트 추기경(현 교황 레오 14세)을 상대로 공식적인 고발장을 제출했다.
새 교황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단지 관리 부주의나 태만일 뿐, 악의적인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와 같은 생존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단 한 명의 주교나 사제라도 용기를 내어 나섰더라면, 나와 다른 이들에게 가해진 범죄는 더 일찍 멈췄거나 아예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들의 그 ‘태만’이 어린이들의 삶을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AP통신은 2019년에 교사, 코치, 상담사로 활동하며 어린이들과 가까이 지내는 성폭행 혐의 사제가 미국 내에서 최소 1,700명에 달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노트르담 대학교의 캐슬린 스프로스 커밍스 교수는 1990년대 거의 모든 추기경들이 범죄 사제에 대해 긴박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레오 14세 교황이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데 있어 단호하게 행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세기 후반 가톨릭교회에서 고위 지도부 직책을 맡았던 거의 모든 추기경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번 콘클라베의 선거인단 중에서도 이 문제에 흠이 없는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가해 사제들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교회 지도자들에 대한 미온적인 반응에 직면하여, 나는 더 나은 이해를 위해 이미지를 그려보았다.
순진한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세상을 탐험하며 형제자매들과 노는 행복한 모습을 그려보자. 그런 다음 주교, 추기경, 신부 등 성인 남성의 얼굴을 떠올리고, 그들 중 한 명에게 그 아이가 무방비 상태로 학대당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모습을 그려보자. 그리고 그들이 등을 돌리고 자리를 떠나 그리스도의 교회에서 ‘목자’로서의 임무를 다시 시작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그들이 가장 최근의 목자에게 환호를 보내는 자리에, 내가 함께하지 못한다 해도 이해해 주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