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시론과 기획

해외 종교 칼럼&기사 Review 프란치스코 교황이 해결하지 못한 바티칸 재정 난국<1>

BY.천부교

이번 해외 종교 칼럼&기사 Review에서는 2025년 5월 6일 월스트리트 저널에 게재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해결하지 못한 바티칸 재정 난국’ 기사를 중심으로, 관련 기사들을 엮어 편집하였습니다.

지난 4월, 바티칸 베드로 광장에 모습을 드러낸 교황 프란치스코 / 프란치스코는 임기 말까지 바티칸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오히려 재정 적자가 세 배로 늘어나 더욱 심각해졌다. (출처: WSJ)

2013년, 프란치스코가 새 교황으로 선출되었다. 그는 로마 교황청의 개혁, 특히 부패를 척결하라는 임무를 안고 선출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의 취임 후 12년이 지난 현재, 오히려 상황은 2013년보다 더 심각해졌다. 바티칸의 재정 적자는 세 배로 늘어났고, 연금 기금은 최대 20억 유로(약 2조 9400억 원)에 달하는 부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임기 말인 지난 2월, 한 달 이상 논의한 끝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 가지 해결책을 결정했다. 그것은 신도들에게 더 많은 돈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2월 11일, 프란치스코는 기부금을 늘리기 위한 ‘교황청 기부위원회’ 설립을 승인하는 문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두 달 뒤인 4월 21일, 프란치스코는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고, 그가 남긴 경제적 난제는 이제 레오 14세가 떠맡게 되었다.

지난 10여 년간 재정적 우려가 반복됐음에도, 궁극적으로 교황청의 구조적 예산 적자를 해결하거나, 급증하는 연금기금의 구멍을 막기 위한 노력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변화를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기는커녕, 늘어나는 적자와 줄어드는 자원 목록을 정리하는 데만 급급한 듯 보였다. 심지어 2015년부터 그나마 연간 예산을 공개하던 조치마저 2022년에 중단되었다. 2015년, 교황청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인으로서 바티칸의 재정 감사를 맡았던, 전문 회계 감사관 리베로 밀로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자료1>

<자료1> 2022년, 전 바티칸 감사관 리베로 밀로네
전문 회계 감사관 리베로 밀로네는 2015년 교황청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인으로서 바티칸의 재정 감사를 맡았다. 하지만 그는 바티칸의 방해로 2년 만에 해고되었다. 밀로네는 “저는 제 일을 제대로 했을 뿐입니다.”, “우리는 그때 무엇에 가까워졌던 걸까요? 이것이 바로 문제입니다. 우리가 보았거나 생각했던 것 중 무엇이 그곳에서 문제를 일으킨 걸까요?” 라고 말했다. (출처: WSJ)

재정 감사가 시작되자 성직자들은 바티칸 자금을 당시 신앙교리성(과거 종교 재판소) 장관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 개인 명의의 계좌로 옮기고, 현금을 쇼핑백에 쟁여두었다.<자료2>
감사관은 수녀들이 아직도 장부를 연필과 종이로 작성하는 현실에 당혹스러워했다. 어느 순간엔 누군가 감사관의 사무실에 침입하여 컴퓨터를 조작하기도 했다. 끝내는 바티칸 시국의 경찰 조직인 헌병대까지 감사관을 사임시키는 데 가담했다. 2022년 밀로네는 바티칸의 재정 부정을 발견한 후 부당 해고되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공동 원고이자 그와 함께 일했던 부감사관은 소송 도중 사망했다.

<자료2> 2015년, 게르하르트 루드비히 뮐러 추기경
재정 감사가 시작되자 성직자들은 바티칸 자금을 당시 신앙교리성 장관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 개인 명의의 계좌로 옮기고, 현금을 쇼핑백에 쟁여두었다. (출처: WSJ)

고위 성직자들은 선교 활동이 불법인 국가들에서의 선교사 지원금이 기록된 비밀 장부를 두고, 국가 안보를 이유로 내세워 자금 조사를 피하려 했다. 교황청의 다른 많은 부서들도 천 년 묵은 교황청의 예산 균형을 맞추려는 과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교황 본인도 다른 주제에 관심을 돌렸다. 그 사이 연금 기금은 계속해서 적자가 누적되었고, 4억 달러 규모의 부동산 투자 스캔들은 2023년 안젤로 베치우 추기경이 횡령과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며 종결되었다.<자료3>

<자료3> 2020년, 로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베치우 추기경
한때 차기 교황 후보였던 베치우 추기경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자선금인 베드로 성금을 포함해 교회 자금으로 4억 달러 규모의 부동산 투자를 해 논란이 되었다. 투자 실패로 바티칸은 1억 유로의 막대한 손실을 입었으며, 베치우는 기타 다른 범죄 혐의들이 드러나, 2023년 사기 및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출처: WSJ)

이탈리아 출신 베치우 추기경은 2018년 시성성(시성 자격을 심사하고 승인하는 부서) 장관을 역임했으며, 한때 차기 교황 후보로 거론될 만큼 교황청 내에서 떠오르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2년 뒤, 그는 전혀 다른 지위가 되었다. 바로 범죄 피의자였다. 검찰은 베치우가 형이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를 통해 10만 달러 이상을 횡령한 혐의를 제기했다. 베치우는 또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자선금인 베드로 성금을 포함한 교회 자금으로 4억 달러 규모의 런던의 고급 주택가 부동산을 매입해 논란을 일으켰다. 또 다른 보도에 따르면, 자신의 조카가 근무 중이던 병원을 재정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때 베치우 추기경은 기자들에게 “베드로 성금이 아니라 국무부 기금을 사용했다”고 변명했지만, 국무부 기금의 자금이 베드로 성금에서 나왔는지 묻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베치우 추기경을 비롯한 9명은, 납치된 수녀를 구출한다는 명목으로 마련한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자칭 ‘보안 컨설턴트’인 이탈리아 여성에게 수녀의 몸값으로 수억 원을 지급했지만, 그 여성은 베치우가 보낸 돈을 명품 쇼핑과 고급 휴가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 시작 며칠 전인 2021년, 베치우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화를 걸어 스피커폰으로 연결한 뒤, 교황이 이 거래를 승인했는지 묻고 그렇다는 대답을 몰래 녹음했다. 이 녹취는 중요한 증거로 법정에 제출됐다.

2022년, 베치우가 베드로 성금을 포함해 투자했던 런던 건물이 약 2억 2,500만 달러에 헐값에 매각되며, 바티칸은 1억 유로가 넘는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베치우는 2023년 사기 및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

바티칸을 감당할 수 없는 부채로 몰아넣고 있는 적자 지출과 부실 경영의 복합적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들은 바티칸 은행, 연금 기금, 규제 기관 관계자들과 이번 콘클라베에 참석한 추기경들을 만났다.
몇몇 추기경들은 보안 메신저 앱 시그널(Signal)을 통해 정해진 장소에서 비밀리에 회동했는데, 이는 바티칸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고 비난 여론이 확산되면서 의심스러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티칸의 한 고위 재무 관리는 저널 기자들이 자신을 몰래 녹음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얻기 전까지 자세한 언급을 거부했다.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은 베치우 추기경이 교황을 몰래 녹음한 사건을 언급하며 그렇게 말했다.

첫 번째 우려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망하기 전에 극복하지 못했던 재정적 부정 행위의 문화였다고 그들은 말했다. 교황 서거 직전, 바티칸 은행의 자산을 관리하는 은행 중 하나가 관계를 끊었다. 이는 교황청의 자금 세탁 방지 관행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더 심각한 우려는, 막대한 부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재정난 속에서 운영해야 하는 냉정한 계산이다. 바티칸 박물관에는 값비싼 작품과 약탈품들이 가득하지만, 바티칸은 부담스러운 유지관리비와 보험비를 지불하면서도 이 유산을 팔 생각은 전혀 없다.<자료4>

<자료4>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프레스코화
바티칸 박물관에는 값비싼 작품과 약탈품들이 가득하지만, 바티칸은 부담스러운 유지관리비와 보험비를 지불하면서도 이 유산을 팔 생각은 전혀 없다.(출처: WSJ)

이 문제의 중심에는 엄청난 역설이 있다. 엄청난 부를 가진 나라지만, 적자 없이는 기본적인 기능조차 유지할 수 없다. 이 나라는 금융 분야에 종사하는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결국 예산에 대한 모든 결정은 성직자들이 내린다. 그들은 솔직히 말해서 감사의 세부 사항보다는 복음서나 사도행전, 신약, 구약에 대해 더 익숙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11월 서한에서 “바티칸의 연금 기금이 ‘중기적으로’ 지급 능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가톨릭 뉴스 웹사이트 더 필러(The Pillar)의 편집장 에드 콘돈은 교회의 재정, 특히 연금 기금 상황에 대해 “사람들에게 가장 자주 듣는 말은 ‘5급 화재 경보(초대형 화재)’입니다.”, “아주, 아주 불쾌한 결정들을 내려야 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찬송가
0:00 0:00
비닐 디스크
CHUNBUKYO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