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구 거의 모든 본당이 아동 성범죄 장소였다”
본당 81%에서 아동 성학대 발생
2살부터 학대, 가해자 500명 이상
샌프란시스코 로마 가톨릭 대교구(이하 대교구)의 파산 절차 과정에서, 생존자 위원회는 대교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방 파산 판사의 승인을 받아 아동 성학대 관련 청구 자료를 공개했다.
2023년 대교구가 신청한 파산보호 절차는 생존자들이 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피해 사실을 공개하는 길을 제한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대교구를 상대로 한 530명 이상의 생존자들이 청구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리된 것으로, 대교구 내 만연했던 학대의 광범위한 실태와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고 있다.
공개된 청구 자료에 따르면, 대교구 소속 샌프란시스코 내 88개 본당 중 71개 본당(81%)에서 아동 성학대가 발생했다. 여기에 과거 대교구 관할이었던 오클랜드, 산타로사, 산호세, 스톡턴 등 인근 교구의 수백 개 본당과 학교까지 포함하면 학대 발생 장소는 더욱 광범위하다. 이들 지역에서도 당시 대교구 소속 가해 성직자들의 활동이 확인되었다.
일부 생존자들은 겨우 두세 살 무렵부터 학대를 겪었고, 절반 이상은 10세 이전에 피해를 당했다. 두 명 이상의 생존자에게 가해자로 지목된 성직자만 68명에 이르며, 항문이나 질을 통한 강간은 110건 이상, 구강 강간은 210건 이상 보고되었다.
생존자 위원회 공동 의장 마지 오드리스콜은 “이 수치는 전체 피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수치심이나 두려움, 또는 평판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신고하지 못한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대 발생 장소의 높은 비율은 단순한 통계를 넘어, 대교구 내에 명백한 시스템적 문제가 존재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생존자 측 법률 대리인 브리트니 마이클 변호사도 “이 자료는 생존자의 고통을 숫자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대교구 내 학대의 심각성과 범위를 가늠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라고 밝혔다.
가톨릭 성직자 성폭력 생존자 네트워크(SNAP)는 이번 보고서를 “가슴을 찢는 결과”라고 표현하며, “이 데이터에서 단 하나의 긍정적인 메시지도 찾을 수 없다”고 논평했다. SNAP 이사인 댄 맥네빈은 “이번 청구 자료에서 확인된 본당만 해도 전체의 81%에 달하지만, SNAP 기록상 98%의 본당에서 가해자가 근무하거나 거주한 사실이 있다”며, “거의 모든 본당이 아동 대상 성범죄 장소였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신고되지 않은 피해와 기록되지 않은 가해자를 고려하면, 이 문제의 심각성은 현재 드러난 것보다 훨씬 클 수 있다.
또한 SNAP는 지금까지 샌프란시스코 대교구의 어떤 대주교도 가해자 명단을 전면적으로 공개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파산 절차에서 새롭게 드러난 150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확인된 대교구 관할 내 성학대 가해자는 500명을 넘는다.
현재 대교구 내 비공개 파일에 접근할 수 있는 인물은 살바토레 코르딜레오네 대주교 한 사람뿐이며, 피해 생존자들과 맺은 비공개 합의의 상세 내용도 오직 그만이 알고 있다. 이에 대해 생존자 단체들은 “지금 필요한 것은 교회의 완전한 투명성”이라며, “대교구는 모든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교구는 오랫동안 성학대 문제를 “과거의 일”로 치부해 왔으나, 이번 파산 절차 중 지난 30년 안에 학대를 겪었다고 밝힌 생존자만 해도 약 40명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지연된 폭로 현상’을 고려할 때, 비교적 최근의 피해 역시 앞으로 수년간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