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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과 기획

세계 종교 탐구 <49> 믿음이 욕망에 포로로 잡힐 때 ②

BY.천부교

■ 피해자를 비난하고 책임을 묻다

논문은 또한 피해 사실을 고발할 때,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고 책임을 묻는 문화를 지적했다. 여성 성직자나 교육 중인 여성이 신체적 폭력, 성폭력, 권력 남용 등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고발할 때,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신뢰받지 못한다. 오히려 사제의 이미지나 명성을 훼손하려 한다고 비난 받을 수 있다. 때때로 피해자들이 사제를 먼저 유혹했다고 취급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매리 렘보 수녀와 인터뷰했던 전직 수녀 레지나는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그는 업무 회의마다 나에게 키스하려고 했어요. 나는 언제나 도망쳤어요. 그는 나를 쫓아다녔고 나는 도망가기를 여러 번 반복했어요. 성당에서 미사를 할 때도 다른 문으로 들어와 내게 키스하려고 했고 저는 또 도망쳤어요. 그런 식으로 모든 곳에서 괴롭힘을 당했어요. 다른 수녀들도 분명히 우리 둘 사이에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을 거예요. 하지만 수녀들은 내가 사제를 쫓아다닌다고 말했어요.(les sœurs ont réagi en disant que c’est moi qui cours après le prêtre)”

다음은 인도의 한 수녀가 성학대 실태를 고발했다가 교회의 명성을 훼손시키려 했다며 비난받은 사례다. 2009년, 전직 수녀가 쓴 한 권의 자서전으로 인도 가톨릭 교단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 26년 동안 인도 케랄라주에서 수녀로 활동하다 수녀복을 벗은 라파엘의 책 『아멘, 한 수녀의 자서전』이다.<자료6> 이 책은 수녀원 내에서 일어난 신부들의 수녀 성학대와 수녀들 사이의 동성애 실태를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다.

<자료6>『아멘, 한 수녀의 자서전』책 표지
전직 수녀 제스메 라파엘이 26년간의 수녀 생활을 마감한 후 출간한 회고록이다. 이 책은 인도 남부의 해안 주에서 가장 오래된 가톨릭 여성 수도회인 가르멜 수녀회에서 자행된 괴롭힘, 성적 학대, 동성애에 대한 충격적인 사실들을 담고 있다. (출처: 아마존)

“수련회에서 수련생들이 ‘고해성사’를 할 때 불안해하여 알고 보니 고해 신부가 매번 키스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내가 용기를 내어 들어가 보니 신부가 내게도 키스를 할 수 있겠느냐고 묻길래 거절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다른 수녀들은 거부하지 못했을까? 두려움 때문일까, 아니면 이미 몸에 밴 복종의 서약 때문일까?” (중략) 신부의 대답은 놀라웠다. “나는 각자에게 허락을 받고 키스했어. 성경과 예수의 정신에 따른 거야.” 그러면서 성경 구절들을 인용했다. “거룩한 입맞춤으로 서로 문안하라”(고린도전서 16:20), “거룩한 입맞춤으로 모든 형제에게 문안하라”(데살로니가전서 5:26), “사랑의 입맞춤으로 서로 문안하라”(베드로전서 5:14). 그는 자신이 한 키스가 ‘거룩한 입맞춤’이라고 정당화했다.(“I have asked permission from each one of them. And only those who agreed, did I kiss. It is in the spirit of the Bible and Jesus.” He seeks to prove this to me with quotations from the Bible’s Epistles, a little later. St Paul writes: ‘Greet one another with a holy kiss.’ (1Cor:16:20); ‘Greet all the brethren with a holy kiss.’ (1Thessa:5:26); St Peter says: ‘Greet one another with the kiss of love.’ (1Peter:5:14) Now he justifies his action by arguing that he means only ‘holy kisses’.)”

“한번은 매우 존경을 받고 있는 한 신부의 사무실에 가 보라고 하여 그의 사무실에 가니, 신부가 기다리고 있다가 나를 다짜고짜 꽉 껴안는 것이었다. 그 신부는 정원 나무 밑의 연인들을 가리키며 ‘육체적 사랑’의 필요성을 길게 늘어놓았다. 이어 그는 신부와 수녀간의 부적절한 관계에 관하여 이야기했다. 어떤 주교는 한 여성과 동침하여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의 양육을 위해 배려까지 했다고 했다. 이후 자기 방에 가서 신부가 나를 애무하려고 하여 저항을 하니, 그 신부는 화를 내며 발가벗고 정액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여주며 나에게도 옷을 벗으라고 강요했다. (중략) 그는 내게 다른 신부에게는 결코 이 일을 고백하지 말고, 차라리 하느님께 직접 고백하라고 요구했다.(He asks me not to confess about what transpired between us to any priest (unless it is him!), or better still, to confess everything directly to God!)”

라파엘은 이런 사실들을 상관에게 호소했는데, 오히려 정신이 이상한 거 아니냐며 비난받았다고 한다. 가톨릭교회는 그녀의 책에 분개했다. 시로말라바르 수도회 대변인 델라카트 신부는 라파엘의 진술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교회는 교회 내에 전혀 죄가 없다고 주장한 바 없다. 우리는 천사가 아니며, 살과 피를 가진 인간이다.(The church never claims there’s no sin within the church. We’re not angels — we’re human beings of flesh and blood.) 따라서 실수와 잘못이 있을 수 있다” 라고 말했고, 케랄라 가톨릭 주교협의회 부총장 알라타라는 “케랄라에는 반종교적인 사람이 많다. 성 학대 혐의는 교회 사회를 공격하는 오래된 도구다.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2천 년 전에도 일어났던 일이다.(It happened 2,000 years ago too.)”라고 얘기했다.

사제들의 성학대로 수녀가 임신한 경우, 비난받고 공동체를 떠나거나, 강제로 낙태하여 이 일의 책임을 졌던 쪽은 수녀들이었다. 다음은 전직 수녀 콘스탄스의 증언이다.

“원장 수녀들은 하나의 거래를 맺고 있었습니다. 돈을 받는 대가로, 수녀들을 신부들에게 데려갔습니다. 그건 매춘이에요. (Les Supérieures s’entendent avec les prêtres. Les prêtres leur donnent de l’argent, une somme d’argent. Et les Supérieures livrent les Sœurs aux prêtres. […] elle se rend compte que c’est de la prostitution!)”, “수녀가 임신하면 악마로 여겨집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나병 환자처럼 취급받습니다. 동료 수녀, 심지어 가족까지 모두가 등집니다. 수녀가 임신하면 수녀원을 떠나야 합니다. 아무런 도움도 없이 그냥 내쫓깁니다.”, “가톨릭 대학에 다니는 50명의 수녀 학생 중 대부분은 지역 병원의 의사와 공모하여 낙태를 했습니다. (중략) 성폭행당한 자매의 수는 나도 정확히 몰라요. 하지만 신부에게 성폭행 당한 뒤 낙태를 한 수녀는 32명이에요. 50명 중에 32명이요.”

■ 여전히 반복되는 학대 시스템

사제들의 수녀 성학대 사례들은 반복적인 패턴을 보이며 하나의 메커니즘으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사제들은 영적 지도, 고해성사, 기도, 상담 등을 통해 수녀들과 가까워지며 신뢰를 형성한다. 그런 다음 그들의 영적 권위와 사회적 권력을 이용해, 예를 들어 영적 지도, 금전적 지원, 승진 등을 미끼로 복종, 순명, 감사함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그리고는 점차적으로 성행위 수위를 높여간다. 피해자는 수치심과 죄책감에 시달리며 얘기하지 못하고, 사제들은 압박, 보복 등의 위협을 가하며 사건은 은폐된다. 결과적으로 정신적 고통과 트라우마, 물리적 피해는 수녀들의 몫이 된다.

이런 시스템을 고발하는 다큐《학대받는 수녀들, 교회의 또 다른 스캔들》을 제작하는 중이던 2018년 4월, 피해자 대표 도리스와 미셸 프랑스는 수녀들의 고통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개혁 의지를 밝혀달라고 교황청에 요청했다. 계속된 요청 끝에 2018년 12월 중순 교황청으로부터 제안이 왔다. 교황이 미셸 프랑스와 도리스를 만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단, 조건이 있었다. 그 만남은 비공개로, 촬영도 불가하며, 외부 인사도 배석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카메라도 금지됐고 다른 관찰자도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 피해자 대표와 다른 증언자들은 상의 끝에 교황과의 만남을 거부했다. 또다시 피해자의 목소리를 비밀 회담 속에 가두고, 가톨릭교회의 성노예 문제에 침묵하는 교황에게 동조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현재까지도 신부들의 수녀 성학대 고발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일, 캐나다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논픽션 다큐멘터리 《수녀 대 바티칸(Nuns vs. the Vatican)》이 공개되었다.<자료7> 영화제 출품 전 이 다큐의 원제는 수녀들의 미투 운동이라는 뜻의 ‘#NunsToo’로 성직자에게 학대당한 수녀들의 내부 고발을 다뤘다. 감독 로레나 루치아노는 그동안 가톨릭교회의 성학대 스캔들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소아성애 사제와 아동에 집중되어 왔다며, 이 다큐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수녀 강간과 은밀한 낙태에 대한 비밀, 수십 년간 은폐되어 온 ‘학대 시스템’을 폭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 다큐를 본 시청자들이 어떤 메시지를 받길 원하냐는 질문에, #NunsToo를 시청하는 모든 분들이 권력 불균형과 수녀 학대 문제를 가톨릭의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가톨릭교회의 책임에 대한 더 광범위한 과제로 다시 생각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자료7>《수녀 대 바티칸》포스터
다음은 <수녀 대 바티칸>에 대한 토론토 국제 영화제의 설명이다. “가톨릭 사제들의 연이은 강간 혐의는 이제 보는 이들을 무감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 작품은 오랫동안 외면되어 온 수녀들의 피해 실태에 초점을 맞춘 용감한 보도로 경종을 울린다. 이 폭로의 핵심 인물은 30년간의 침묵을 깨고, 저명한 벽화 예술가이자 예수회 신부 마르코 루프니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전직 수녀 글로리아다. 현재까지 30명 이상의 다른 수녀들이 루프니크를 학대 혐의로 고발했으나, 그는 여전히 로마 근교에서 활동 중인 신부로 남아 있다. 가톨릭 수녀들은 청빈(가난), 정결(순결), 순명(복종) 서약을 하는데, 이로 인해 착취, 고립, 그리고 비밀주의에 극도로 취약해졌다. 학대에 대한 보고가 잇따랐음에도 불구하고, 바티칸은 반복적으로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남성 중심의 위계 구조 속에서 여성들은 교회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거의 내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는 교회의 책임을 묻기 위해 투쟁하는 여러 인물들을 만났다. 이 다큐멘터리는 어두운 비밀에 밝은 빛을 비춘다.” (출처: IMDb)

오도노휴 수녀는 “신부에게 학대당한 사람들 중에는 ‘타인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사람들이 왜 독신 생활을 그토록 강하게 주장하는지’ 의심을 품고, 위선을 깨닫고 신앙이 산산조각나는 사람들이 있다”고 썼다. 이는 일반적으로 욕망을 다스리고 벗어나게 하는 것을 믿음과 종교의 역할로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맥도널드 수녀의 지적처럼, 그들의 믿음은 ‘성관계를 하여 아이를 만든 사제와 수녀도 여전히 독신’이라는 상식과 양심이 결여된 주장을 쉽게 믿도록 만들었다. 임신하여 아이를 낳은 여자를 동정녀로 믿는 발상과 다를 바 없는 이러한 사이비적 논리 아래, 믿음은 욕망의 포로이자,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족쇄가 되었다.

▶ 본문에 다 담지 못한 다큐 속 증언들

도리스 (2003 ~ 2011 수녀 생활)
“신부가 제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제 수도복 단추를 풀었습니다. (중략) 그는 계속했고, 저는 그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제 역할상 원하지 않는 일을 견뎌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순종의 일부였죠. 저에게 이해할 수 없거나 고통스러운 일들, 그건 모두 당연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순결 서약을 한 신부가, 제 순결을 빼앗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저는 성당에 가서 순결의 상징인 성가대복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뭔가 잘못됨을 느꼈어요. 내가 그것을 입을 권리가 있을까? 나는 더이상 동정이 아닌데…”

크리스티앙 테라스 (진보 성향 가톨릭 잡지『골리아스』발행인)
나레이션: 크리스티앙 테라스는 내부고발자입니다. 그는 요한복음을 이용해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이 공동체 사제들의 수사학(말을 비트는 방식)에 정통한 사람입니다.
“그들은 요한복음을 내세워 여성들을 영적 지도뿐 아니라 성적 도착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이는 강간 전략입니다. 강간이라는 범죄입니다. 신학, 종교 서적, 주석서, 복음서 등을 도구화하여, 영적 지도를 위해 자신에게 맡겨진 사람을 이용하고 학대한다면, 그 성행위는 강간입니다. (중략) 교회가 정의 없이 용서를 베푸는 한, 교회가 정의 없이 미사를 집전하는 한, 피해자는 계속 피해자로 남을 것이고, 피해자로 죽게 될 것입니다.”

미셸 프랑스 (1967 ~ 1978 수녀 생활)
“저는 그의 말에 따랐습니다. 마리 도미니크 신부가 시켰던 대로 그의 형인 토마스 신부
에게도 똑같이 구강성교를 했습니다. 정말 역겨웠어요. 그는 나이가 많았고, 위생 상태도 더럽고, 악취가 났어요. 하지만 저는 그것을 일종의 속죄로 받아들였습니다. (중략) 나중에 알게된 것은, 토마스 신부의 침대에 초대받은 사람이 저뿐만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중략) 우리는 영적으로 학대당했습니다. 우리가 신뢰했던 사람, 스스로를 하느님의 사람이라고 소개했던 사람에게 성적으로 학대당했습니다.”
나레이션: 미셸 프랑스는 두 형제가 번갈아가며 자신을 학대하는 것을 피할 힘이 없었습니다. 두 신부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많은 수녀들처럼 말입니다.

신부 한스 졸너 (그레고리오 대학교 부총장)
“교회의 구조는 폐쇄적이고, 악에 권력을 부여합니다. 사제들에게 절대적이고 무제한적인 권력을 허용합니다.” (출처: Religieuses abusées en Afrique, faire la verite)

마리 부클랭 (로마 가톨릭 여성 국제 운동 주교)
“피해자들은 그것이 신의 뜻이라고 진심으로 믿었습니다. 이제 그들은 자신이 사실 강간당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출처: Sex Slaves of the Catholic Church)

다음 『세계 종교 탐구』에서는 로마의 한 수녀원에 휩싸인 스캔들을 고발한 책을 중심으로, 믿음이 욕망에 포로로 잡혔을 때 벌어지는 또 다른 참극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찬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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