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유물 전시된 ‘카를로 아쿠티스’
가톨릭 성유물, 믿음 통한 경배 대상
신체 일부 또는 생전 유품 보관
“이해하기 어렵다” 지적 나와
15세 나이에 세상을 떠난 카를로 아쿠티스의 시신과 심장 유물이 전시되며, 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카를로 아쿠티스는 2006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이탈리아의 소년으로, 가톨릭 성체 기적을 정리한 웹사이트를 만든 인물이다.
가톨릭교회는 그의 죽음 이후 시복·시성 절차를 밟아 왔으며, 교황청은 2020년 한 소년이 아쿠티스의 유물을 만진 뒤 병이 회복된 사례와 2024년 그의 무덤을 참배한 사람의 병이 나았다는 주장을 각각 ‘기적’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아쿠티스는 성인으로 공식 추대될 예정이다.
10년이 넘는 시성 과정을 거치며 아쿠티스의 시신은 발굴되었고, 일부 장기가 제거된 후 일반 공개를 위한 보존 처리가 이루어졌다. 그의 얼굴은 실리콘 마스크로 재현되었으며, 운동화와 청바지를 입은 시신은 현재 아시시의 한 성당에 안치되어 있다. 그의 심장은 아시시의 다른 성당 제단에 보관되어 있으며, 시성식에 맞춰 로마로 옮겨질 예정이다.
소렌티노 신부는 “유물은 몸의 작은 조각들로, 그 몸이 축복받았다고 말할 수 있으며, 그것은 우리에게 신의 친밀함을 설명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아쿠티스의 심장을 감싸고 있던 심낭을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에 기증했으며, “우리는 이것을 본당과 지역 사회에 나누어 주며, 사제들은 이를 경배의 용도로 사용한다. 이것은 마법이 아니라, 믿음을 통해 작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톨릭에서 성유물은 교회 당국이 인증한 성인의 신체 일부나 생전 유품으로, 교회 내에 보관되어 신자들의 경배 대상이 된다. 성유물은 등급에 따라 분류되며, 심장과 같은 주요 신체 부위는 가장 높은 등급으로 간주되지만 상업적 거래는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 아쿠티스의 머리카락 일부로 보이는 성유물이 온라인 경매에 등장하면서, 교회는 이탈리아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익명의 판매자가 경매에 내놓은 이 머리카락은 2,000유로(약 2,200달러) 이상의 입찰을 받은 뒤 중단되었다.
이 같은 행위를 “비열한 행동일 뿐만 아니라 죄악이기도 하다”고 비판한 포르투나토 신부는 자신의 사무실 옆 예배당에 아쿠티스의 머리카락 일부를 보관 중이며, 청소년들이 이를 경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아쿠티스의 시성 과정과 성유물 경배에 대해 비판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로마에서 공부 중인 18세 아멜리아 시몬은 “1급 유물을 소유하고 싶지 않다. 나에게는 조금 이상하게 느껴진다”고 말했으며, 소셜미디어 댓글 중에는 아쿠티스의 성인 추대를 “젊은 세대를 다시 교회로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