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디지털 기술로 재탄생한 국보급 전통예술 선보여
간송미술관, 전통과 현대를 잇는 첫 미디어 전시
전통을 품은 기술, 디지털로 담아낸 감동
간송미술관이 최초의 몰입형 미디어 전시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를 통해 소장 국보와 보물을 디지털 콘텐츠로 재해석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 전통 예술과 현대 기술의 만남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선사했다.
간송미술관은 간송 전형필(全鎣弼, 1906년~1962년) 선생이 1938년에 개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 미술관으로, 한국 전통 미술과 문화재를 보존하며 고미술, 서예, 회화 등 다양한 전통 예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발견하는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전시 제목은 간송 전형필 선생이 광복 후 남긴 문장에서 따왔으며, 일제강점기의 어둠을 지나 빛나는 광복을 맞이한 기쁨을 표현한 말이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국보 제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훈민정음해례본’, 겸재 정선의 ‘금강내산’, 추사 김정희의 ‘서화’ 작품들이다.
‘훈민정음해례본’은 한글의 창제 원리와 용법을 설명한 책이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은 한글 탄압을 받고 있었고, 일제가 해례본을 발견했다면 바로 훼손되었을 것이다.
간송 선생은 일제 말기인 1943년 안동에서 해례본이 출현했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가 당시 큰 기와집 11채의 값을 주고 해례본을 구입했다. 그는 6·25 한국 전쟁 당시에도 국보급 문화재 중 훈민정음해례본 한 권만은 직접 챙겨 피난길에 올랐다고 하니 그 가치에 대한 신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글이 단순한 문자 체계를 넘어선 하나의 세계라는 재해석을 통해 세종대왕의 창제 비밀과 한글의 영향력을 미디어아트로 풀어냈다.
어둠에서 빛으로, 무지에서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특히 한글 창제와 우주 창조의 원리가 시각화된 장면은 우리 문화유산의 철학적 깊이를 느끼게 한다.
‘금강내산’을 포함해 겸재 정선이 평생에 걸쳐 가장 많이 그린 주제는 금강산이다. 정선은 여러 차례 금강산을 여행하며 수많은 진경산수화를 남겼다.
금강산의 전체 모습을 그린 전도(全圖) 형식은 일종의 회화식 지도로, 당시 사람들이 금강산을 상상하며 감상하는 ‘와유(臥遊:집에서 명승이나 고적을 그린 그림을 보며 즐김)’의 목적으로 널리 애용되었다.
영롱한 자개로 표현된 달과 금강산의 모습은 현대 컴퓨터 그래픽으로 새롭게 해석된 금강산의 백미다. 정선의 진경산수가 미디어아트 기술로 재해석되어 생동감 있고 웅장하게 펼쳐지는 모습이 압도적이다.
김정희의 ‘추사체’가 먹과 한지의 향기가 가득한 흑백의 공간에서 역동적으로 전시됐다. 전반부에서는 하얀 화선지 위를 달리는 강렬한 검은색 글씨가, 후반부에서는 검은 먹으로 물든 바탕에 흰색 글씨가 떠오르는 대비를 경험할 수 있다. 전통 서예의 정적인 아름다움이 동적인 디지털 미디어로 표현되면서 색다른 감동을 준다.
시공간을 초월한 추사의 필체가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되는 순간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운 만남을 보여준다.
발행일 : 2025-04-27 발행호수 : 2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