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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과 기획

코로나 비밀 풀어줄 ‘0번 환자’가 사라졌다

BY.천부교

최초로 코로나19 감염된 ‘0번 환자’
환자는 실종되어 행방이 묘연하고
감염 사실 조사했던 의사는 사망해

2019년 11월 10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폴리클리노코 병원. 25세의 한 여성이 몸에 붉은 점이 생기고, 열이 나는 이상 증세로 내원했다. 5개월간의 치료 후 피부는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병명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두 달 뒤 여성의 피부 조직에서 코로나19 감염 흔적이 발견됐다. 이탈리아에서 비공식으로 확인된 첫 사례였다. 이른바 ‘코로나 0번 환자’다.

[이미지출처=PTI]

이탈리아 ‘코로나 0번 환자’의 존재
이탈리아 ‘코로나 0번 환자’의 존재는 2021년 1월 밀라노대와 유럽 종양학연구소(EIO) 공동 연구팀의 발표로 드러났다. 당시 연구팀은 환자의 피부 조직 샘플 재분석과 코로나19 혈청 검사 결과 “당시 피부 발진은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증상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이 환자가 2019년 11월 코로나19에 감염됐었다는 얘기다. 이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최초 감염 사례로 공식 보고된 2019년 12월 말보다 한 달 앞선 시점으로,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새로운 증거가 되었다.
과학자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언제 퍼졌는지에 대한 증거가 될 수 있다며 이 환자가 그 단서를 쥐고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무시할 수 없는 사례로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평가하며 지난 3월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의사 사망에 환자는 행방불명
그런데 뜻밖의 문제가 생겼다. 이 환자의 세부 정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피부과 의사 라파엘레 지아노티(61) 박사가 그 사이 사망한 것이다. 그의 부인은 WHO가 연락을 취하기 3일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지아노티 박사는 2020년 초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병명이 확인되지 않았던 환자들의 조직 샘플을 꺼내 연구를 주도한 인물로, 환자의 인적 사항을 보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의 죽음으로 환자의 행적은 미궁에 빠졌다.
WHO는 환자를 치료한 폴리클리니코 병원과 연구팀에 정보를 요청했지만 두 곳 모두 환자의 진료 기록이나 세부 정보는 남아있지 않다고 답했다. 공동 연구자인 EIO의 마스시모 바버리스 박사와 다른 연구원도 여성의 조직 샘플만 분석했을 뿐 이름, 연락처, 거주지는 모른다고 밝혔다.
바버리스 박사는 “당시 피부 조직 재분석으로 코로나19 감염 흔적을 발견했지만, 조직이 너무 분해돼 바이러스 유전체를 확인할 만큼의 유전물질(RNA)을 얻을 수 없었다”면서 “RNA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면 중국 사례와 비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밀라노대 연구팀에 따르면 이 환자의 피부 발진은 코로나19 감염자에게서도 나타나는 증상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초기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히려면 이 환자의 조직 샘플이 필요한 것이다.

코로나 ‘0번 환자’ 실종사건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WHO 조사팀은 2019년 12월 이전의 감염 사례를 찾기 위해 현재 이탈리아를 포함해 중국 등 각국에 2019년 말 혈액은행에 보관된 다수 샘플의 혈청 테스트를 요청한 상황이라고 한다. 2019년 12월 이전 코로나19 감염 사례를 최대한 많이 모아 유전체를 비교하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최선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기원의 실마리를 쥔 이탈리아 ‘0번 환자’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찬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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